물총으로
할 수 있는 놀이
물총을 사주면 대개 서로 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나요. 그런데 한번 들고 밖에 나가 보면 놀이가 생각보다 멀리 갑니다.
서로에게 쏘기
다들 이것부터 하는데, 그게 맞아요. 처음 물총을 쥔 아이는 물 넣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한 번 보여주면 그다음은 알아서 하는데, 잘 안 되는 아이가 있으면 옆에서 먼저 알려주는 아이가 꼭 있어요. “이렇게 물에 넣고 당기고 밀면 돼.”
시작하기 전에 얼굴에는 쏘지 않기만 정해두면 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알아서 규칙을 더 만들어요. “물을 머리에 갑자기 뿌리면 놀라니까 발부터 해야 돼!”, “친구가 싫다고 하면 하지 않아요.”
물총을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사방으로 튀는 물줄기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얼굴에 물이 튀면 그때부터 조심스러워져요. 이럴 때는 물이 안 튀는 자리에 따로 할 일을 주면 됩니다. 물총 쏘는 쪽에서 떨어진 나무에 물을 주게 했더니 한참 그러고 놀다가 스스로 친구들 쪽으로 넘어간 아이가 있었어요.
하늘로 쏴서 비 맞기
위로 쏘면 아이가 한 번 놀랍니다. 생각보다 훨씬 멀리 올라가거든요. 그리고 그 물이 그대로 자기한테 떨어져요. 물총은 무언가를 겨누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없는 위로 쏜다는 건 어른한테 잘 안 떠오릅니다.
한 번 겪고 나면 서로에게 비를 만들어 주면서 놉니다.
지렁이에게 물 주기
물총을 들고 밖에 나가면 아이들이 물 줄 곳을 스스로 찾아요. 텃밭 토마토와 고추, 햇볕에 마른 땅. “땅이 시원해졌어요.”
말라가는 지렁이를 발견한 날도 있었어요. “아프지 말아요.”, “살살 물 줄게.” 하면서 조심조심 뿌려주더라고요. 세게 쏘던 아이가 지렁이 앞에서는 저절로 손이 약해져요. 장난감으로 쏘던 물총이 이때는 돌보는 도구가 돼요.
마른 바닥에 그리기
햇볕에 마른 바닥이 도화지가 돼요. 하트나 선을 그리기도 하고, 모양을 먼저 그린 다음 안을 채우기도 합니다. 그리는 것보다 마르면서 사라지는 걸 보는 게 놀이가 되기도 해요. 모래에도 됩니다.
다만 생각한 모양이 잘 안 나옵니다. “나도 하트 그려야지” 했다가 안 되면 도와달라고 해요. 손을 잡고 한 번 같이 그려 주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해요.
바닥 그림은 볕이 좋은 날에나 되는 놀이라 아이가 금방 더위를 타요. 얼음이나 아이스팩을 옆에 두면 훨씬 오래 놉니다.
창문 닦기
더러운 데를 하나 정해 주면 물총이 청소 도구가 됩니다. 창문에 새가 똥을 싸 놓은 걸 아이들이 먼저 발견한 날이 있었어요. “교실이 더워졌다” 면서 자기들이 치우겠다고 하더라고요. 물통에 물을 채워 창문과 벽, 방충망에 쏘면서 닦았는데, 쏜 자리와 안 쏜 자리가 눈에 보이게 달라지는 게 아이들한테는 그대로 놀이가 됩니다.
미끄럼틀이나 계단, 나무도 됩니다. “응, 내가 깨끗이 닦아줄 거야.” 하면서 스펀지까지 챙겨 오는 아이도 있어요.
닦다가 방향이 저절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창문을 닦던 아이들이 지난주에 심은 도토리 싹을 확인하러 갔고, 거기서 화분과 나무로 옮겨가 “나무야 물 줄게” 하더라고요.
큰 나무 불 끄기
한 아이가 “불이 났어요!” 하면 소방관 놀이가 시작됩니다. 물총이 물총이 아니라 소방 호스가 되는 거예요.
이건 흩어져 놀던 아이들이 모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같이 불 끄러 가자” 하면서 몰려와 높은 나무를 향해 다 같이 쏩니다. 나무나 미끄럼틀처럼 혼자서는 다 못 적시는 큰 것을 불이라고 정해 주면 더 오래 갑니다.
물통에 물 채우기
물놀이를 하려는데 호스가 고장 난 날이 있었어요. 물을 어떻게 채우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물총으로 옮겨요!”, “통에 담아서 가져와요!” 하더라고요. 그날은 물을 채우는 것 자체가 놀이가 됐습니다.
빈 그릇을 몇 개 놓아두고 물총으로 채우게만 해도 됩니다. 한 번에 얼마 안 들어가니까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그 왕복을 지루해하지 않아요. 진흙 묻은 신발을 닦을 때도 씁니다.
볼풀공 밀기
바닥에 볼풀공을 깔고 물총으로 밀어 보세요. 처음에는 생각한 방향으로 잘 안 갑니다. 그래서 물을 다시 채워 여러 번 하게 되는데, 그러다 물이 얼마나 들었는지, 얼마나 세게 눌렀는지, 어디에 서서 쐈는지에 따라 공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걸 알아채요.
분필 그림 지우기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린 다음 물총으로 지워 봤어요. 그리는 놀이와 지우는 놀이가 하나로 붙습니다. 물로만 그릴 때보다 색이 있어서 표현이 훨씬 다양해지고, 지우는 쪽에도 아이들이 열심히 매달려요. 준비물은 분필 하나면 됩니다.
우유갑 과녁 맞히기
목표가 생기면 놀이가 길어져요. 우유갑으로 과녁을 만들어 봤는데,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는 아이들이 직접 썼습니다. 자기가 만든 과녁이라 훨씬 열심히 하더라고요. 세울 때는 책상 위에 올려두세요. 바닥에 두면 잘 안 넘어집니다.
종이컵을 세워도 되는데, 이건 잘 안 넘어져서 아이들이 한참 궁리해요. “왜 안 넘어가지?”, “더 가까이 가야 하나?” 하다가 컵의 높이와 간격을 바꿔 가며 여러 번 해보고는 “이렇게 하니까 잘 맞아!” 하고 자기들 규칙을 만듭니다. 답을 주지 말고 컵을 마음대로 옮기게 두면 됩니다.
거리도 아이가 알아서 맞춥니다. 잘 안 맞으면 슬금슬금 앞으로 갔다가, 맞기 시작하면 다시 뒤로 물러나더라고요.
물이 약한 물총은 과녁까지 닿지 않아서 속상해하는 아이가 나올 수 있어요. “아니, 나는 왜 안 맞아.” 이럴 때는 잘 나가는 물총을 잠깐 바꿔 써 보게 하면 됩니다. 아이 탓이 아니라 물총 차이니까요.
과녁을 종이에 그려 붙이면 금방 젖어서 찢어집니다. 아이들도 바로 알아채요. “과녁판이 물에 젖어서 찢어져요, 안 젖는 지도가 필요해요.” 코팅지나 방수 스티커를 쓰면 됩니다.
습자지 색깔물 내리기
종이에 습자지를 붙여 세워 놓고 쏘면 색깔물이 흘러내립니다. 물이 닿는 순간 습자지가 젖으면서 맑은 물이 아니라 빨강·파랑·초록 물이 아래로 주르륵 흐르는데, 아이들이 그걸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빨강, 파랑” 하고 외쳐요.
물의 양과 쏘는 거리, 세기에 따라 번지는 모양과 흘러내리는 물길이 매번 다릅니다. 그래서 한 번 보고 끝나지 않고 계속 다시 쏘게 돼요.
손이나 발에 물감을 찍고 쏘아도 됩니다. “어, 물을 뿌렸더니 빨간색 비가 주륵주륵 내리네.”
페트병으로 물총 만들기
페트병 옆에 구멍을 뚫어 만들 수 있어요. 몇 개 뚫을지는 아이가 정하게 두세요. 더 센 물총을 갖고 싶어서 열 개쯤 뚫는 아이가 많습니다.
막상 쏘면 “와! 물이 10개 나와!” 하고 좋아하다가 금방 “근데 물이 쎄지가 않아서 물총 같지 않아” 하고 실망해요. 구멍이 많으면 물이 나뉜다는 걸 그때 알게 됩니다. 실망한 채로 두어도 괜찮아요. “이것 봐! 두 손으로 누르니깐 진짜 물이 나가!” 하면서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는 아이도 있거든요.
지퍼백에 페트병 입구를 붙여 만든 아이도 있었어요. 한 줄기로 세게 나오는 대신 “옆으로 물이 새니깐 금방 물이 없어져” 하더라고요. 어느 쪽이 나은지 서로 바꿔 쏴 보는 것도 놀이가 됩니다.
만든 물총에서 물이 영 잘 안 나오면 놀이가 아예 다른 데로 넘어가기도 해요. 한 아이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옮겨가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만들기 전에 어떤 물총을 갖고 싶은지 그림으로 먼저 그려 보게 하면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물 담는 주머니가 길었으면 좋겠어요”, “모자로 쓰는 물총 만들래요” 같은 것들이요.
언제 하면 좋을까요
더운 날 바깥이 기본이지만 비 오는 날도 됩니다. 물총을 들고 나가려다 비가 와서 들어가자고 했더니 아이가 “우산 쓰고 놀이하면 되죠” 하더라고요. 우비를 입고 빗물 웅덩이에서 첨벙거리다가 물총으로 넘어가도 좋아요. 대신 바닥이 미끄러우니 그것만 미리 이야기해 주세요.
놀고 나면 옷이 흠뻑 젖는데, 그대로 놀이터에 가면 미끄럼틀이 평소보다 훨씬 잘 미끄러집니다. 아이가 “왜 오늘은 더 미끄럽지?” 하고 물으면 답을 주지 말고 “어제랑 뭐가 다를까?” 만 되물어 보세요. “아, 옷이 젖어서 그렇구나” 를 스스로 찾아냅니다.
물총은 어떻게 준비할까요
- 사기 — 가장 간단해요
- 여러 개 모으기 — 각자 자기 물총을 가져와 섞어 쓰면, 물 넣는 법이 물총마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건 눕혀야 들어가고 어떤 건 위를 당겨야 들어가요. 친구네와 같이 논다면 각자 가져오는 것만으로 놀이가 하나 늘어납니다
- 페트병으로 만들기 — 위의 만들기 참고
- 분무기 쓰기 — 집에 있는 분무기로도 됩니다
- 물풍선이 있다면 — 안 터지는 물풍선을 꾹 잡으면 그대로 물총이 됩니다. 구멍이 난 물풍선도 마찬가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