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박샘

아이들과 실제로 할 수 있는 놀이를 모읍니다

점토로
할 수 있는 놀이

점토는 잘 빚어야 하는 놀이처럼 보이지만 아이한테는 그렇지 않아요. 동그랗게 뭉친 것 하나를 들고 “이건 달걀이야” 하면 그때부터 달걀입니다. 안 닮아도 되고, 마음에 안 들면 도로 뭉쳐서 다른 걸 만들면 돼요. 망칠 수가 없는 물건이라 아이가 오래 붙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옆에서 자꾸 손을 댔어요. 다리가 떨어지면 붙여 주고, 귀가 처지면 세워 주고요. 해 달라고 할 때 거들어 주는 건 좋은데 저는 묻지도 않고 고쳐 놨습니다. 그러면 그건 아이가 만든 게 아니라 제가 만든 게 돼요. 손을 놓고부터 아이가 훨씬 오래 앉아 있더라고요.

손바닥 찍기

점토를 넓게 펴 놓고 손바닥을 꾹 눌렀다 떼 보세요. 손금까지 그대로 찍힙니다. 저는 이게 이렇게까지 선명하게 나오는 줄 몰랐어요.

아이 힘으로는 자국이 얕게 남아서 처음 한 번은 손등을 잡고 같이 눌러 줍니다. 떼고 나면 그때부터는 거들 게 없어요. 자기 손을 자국에 도로 얹어 딱 맞춰 보고는 “내 손이야” 합니다. 그 말이 나오면 된 거예요.

어른 손을 옆에 나란히 찍어 주세요. 크다 작다를 몇 번 말해 주는 것보다 이 자국 두 개가 빠릅니다. 큰 자국 안에 자기 손을 넣어 보고 손가락을 하나씩 대 보느라 한참 갑니다.

발바닥도 대 보고, 재미를 붙이면 팔꿈치까지 눌러 봐요. 어느새 펴 놓은 점토가 자국으로 가득 찹니다.

  • 3세 미만
  • 오감놀이

길게 늘여 뱀 만들기

점토를 손바닥으로 쭉쭉 밀면 길어집니다. 여기까지는 아이가 알아서 해요. 길어진 걸 들고 이름부터 붙이는데 뱀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나는 독이 있는 뱀이야! 널 잡아먹어야지~” 하고 들고 다녀요.

길다는 것 하나로 참 여러 가지가 됩니다. 기린 목도 되고 코끼리 코도 되고요. 말이 아직 짧은 아이가 길게 민 걸 들이대며 “아거” 하길래 뭔가 했는데, 한참 뒤에야 악어인 줄 알았어요. 국수나 지렁이도 되고, 그냥 응가라고 부르며 웃기도 합니다.

여기서 가위를 하나 쥐여 주면 놀이가 통째로 바뀝니다. 날 없는 안전가위요. 길게 늘인 걸 자르면서 “우와! 잘려요!” 하고 소리를 질러요. 자른 조각을 도로 뭉쳐 “만두야” 하고 이름을 새로 붙이고, 자르고 뭉치기를 몇 번이고 합니다. 처음 가위를 쥐는 아이는 손을 같이 잡고 잘라 주세요. 말랑한 점토라야 힘 안 주고도 잘립니다.

저는 처음에 색점토를 색깔별로 다 꺼내 줬어요. 섞으면 새 색이 되는 줄 알았거든요. 색점토끼리는 한참 주물러도 잘 안 섞입니다. 얼룩덜룩한 채로 남아요. 알록달록한 뱀을 만들고 싶어 하면 흰 점토 하나에 수성 사인펜을 주세요. 콕콕 찍고 주무르면 그 색이 그대로 듭니다. 두어 번 찍으면 연하게, 여러 번 찍으면 진하게요. 욕심껏 다 찍어 본 아이가 “색깔 다 섞었더니 검정색이 된 거 같아” 하더라고요.

  • 3세 미만
  • 오감놀이
  • 만들기

빨대로 생일 케이크

점토를 동그랗게 뭉쳐 놓고 빨대를 짧게 잘라 주면 아이가 초처럼 꽂습니다. 하나 꽂고 또 하나 꽂고, 꽂힌 걸 손끝으로 만져 보고 또 꽂아요. 다 꽂고 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래부터 나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제가 한 건 빨대를 자른 것뿐인데 그다음은 알아서 갑니다.

더 큰 걸 만들고 싶어 하면 통을 하나 내주세요. 손으로 뭉쳐서는 주먹만 한 것밖에 안 나오는데, 둥근 통에 점토를 펴 발라 감싸면 그만큼 커집니다. 한 아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이거 케이크야, 우리 생일 축하 노래 부르자” 하며 박수 칠 준비를 하고 저를 보더라고요.

다 만들면 케이크에 이름이 붙어요. “해적 케이크예요”, “이건 티라노 공룡 케이크예요” 하고요.

빨대가 없으면 색연필이나 사인펜도 꽂힙니다. 다만 초를 부는 시늉을 하며 입을 가까이 대니까 쓰던 필기구는 빼 두세요.

꽂는 걸 바꾸면 다른 게 됩니다. 작은 깃발을 꽂으면 성이 되고, 사진 붙인 막대를 꽂으면 그대로 서요. 혼자 못 서는 걸 세울 때 점토 한 덩이가 받침이 됩니다.

  • 3세 미만
  • 만들기
  • 역할놀이

모양 틀로 찍어 내기

점토를 얇게 밀고 그 위에 틀을 올려 꾹 누르세요. 힘을 덜 주면 테두리만 지고 모양이 잘 안 떨어지는데, 알려 주기 전에 아이가 먼저 알아채기도 해요. “세게 눌러야 모양이 나와”

틀 안에 점토를 채워 넣으면 잘 안 빠져요. 아이들이 가끔 통에 담듯이 틀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고 “이게 안 빠져요” 하고 들고 옵니다. 틀은 담는 게 아니라 찍는 거라서요. 얇게 편 점토 위에 날 있는 쪽을 대고 눌러 찍으면 훨씬 잘 떨어집니다. 한 번 보여 주면 그다음부터는 혼자 하더라고요.

이미 낀 건 손가락 끝으로 밀거나 틀을 톡톡 흔들면 나와요. 빼는 것도 아이가 하게 두세요. 그것만 한참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찍어 낸 모양에는 아이가 이름을 붙입니다. 똑같은 동그라미를 놓고도 “나는 오토바이야”, “나는 포크레인이야” 해요.

틀을 더 살 것 없어요. 겹쳐 찍으면 하나로 여러 가지가 나옵니다. 동그라미를 위아래로 겹치면 눈사람, 나란히 이어 찍으면 애벌레, 몰아서 찍으면 포도가 돼요. 세모 둘을 마주 붙여 리본을 만든 아이도 있었습니다.

빼낸 조각을 틀에 도로 맞춰 넣는 아이도 있어요. 그때부터는 퍼즐이 됩니다.

  • 3세 미만
  • 만들기

공룡 발자국 찍기

공룡이나 동물 인형을 넓게 편 점토 위에 세워 꾹 누르면 발자국이 남습니다. 준비물은 이게 다예요.

발이 쑥 들어가는 걸 제일 신기해합니다. 찍어 놓고 “내 거는 발자국이야” 하고는 인형을 옮겨 가며 몇 번이고 다시 찍어요. 이빨 쪽을 눌러 본 아이는 “공룡이 물었어” 했습니다.

눕혀서 찍어 보세요. 발자국이 아니라 몸 전체가 찍힙니다. 이게 화석이에요. 찍은 것들을 한 줄로 늘어놓고 “이건 티라노 발자국 같아” 하며 견주다가 박물관 놀이로 넘어갑니다.

인형에 점토가 묻으니 물로 씻어도 되는 걸로 골라 주세요. 털 있는 인형은 점토가 잘 안 빠집니다.

  • 3세 미만
  • 오감놀이
  • 과학놀이

눈사람에 뭘 붙일까

동그란 것 두 개를 위아래로 붙이면 눈사람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아이가 혼자 해요. 만들어 놓고 “눈사람이에요!” 하며 들고 옵니다.

그런데 팔이랑 눈코입은 뭘로 할 거냐고 물으면 대답이 안 나옵니다. 저는 아이가 알아서 가져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가만히 있길래 빨대를 짧게 잘라 놓아 줬더니 그제야 팔을 꽂았고, 반짝이 모루를 꺼내 주니 목도리를 감았습니다. 뭘 붙일지는 아이가 정하지만, 붙일 것이 눈앞에 있어야 정해요.

한 번 해 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집 안을 뒤져 가져옵니다. 귤을 까 먹던 날에는 껍질을 작게 찢어 눈과 코를 붙였어요. 팔은 나뭇가지로 하고, 입에 맞는 게 없자 사인펜을 가져와 입과 단추를 그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없으면 그리면 된다는 걸 그렇게 알아냅니다.

종이 위에서는 하지 마세요. 활동지에 붙였다가 점토가 눌어붙어 못 떼고 울상이 된 아이가 있었어요. 얇은 종이는 떼려다 같이 뜯어지기 쉽습니다. 두꺼운 도화지나 접시 위에서 하면 그대로 들어냅니다.

  • 3세 미만
  • 만들기
  • 미술

컵에 담아 가게 열기

작은 컵에 점토를 눌러 담기만 하면 음료가 됩니다. 한 아이가 컵을 가져와 “여기도 해도 돼요?” 묻더니 점토를 가득 채우고 사인펜을 꽂았어요. “이거 빨대야. 같이 먹자.”

만들고 나면 대개 팔기 시작합니다. 붕어빵을 만들어 놓고 얼마냐고 물으니 “이천원입니다” 해요.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 시늉을 하며 받아 갑니다.

손님이 없으면 그냥 앉아 있습니다. 다 차려 놓고 “손님이 없네” 하고 앉아 있길래 제가 가서 하나 사 왔어요. 그러자 곧바로 가게가 살아났습니다. 한 사람만 사 주면 됩니다.

반대로 안 파는 아이도 있어요.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아이한테 사러 갔더니 “아직 다 안 만들어서 문 안 열어요” 하더라고요. 파는 것보다 만드는 게 좋은 겁니다. 이럴 때는 손님이 되지 말고 재료를 주면 돼요. 흰색이 없어 요거트 맛을 못 만들겠다길래 흰 점토를 꺼내 줬더니 한참을 더 했습니다.

먹는 시늉을 하다 진짜 입에 넣어 보려는 아이가 있습니다. 한 번 짚어 주면 그다음부터는 아이가 먼저 말해요. “진짜로 먹으면 안돼. 가짜로 먹어야 돼.”

가게 하나가 열리면 옆에 또 생기기도 해요. 딴 걸 만들던 아이가 “여긴 마트야” 하더니, 그날은 만드는 족족 가게가 됐습니다.

  • 3~5세
  • 역할놀이

거울 보고 얼굴 빚기

동그랗게 뭉친 것 하나를 놓고 눈은 어디에 붙일지 물어보세요. 제가 얼굴 하나를 만들어 보여 줬더니 자기 것을 내밀며 “나도 해주세요” 하더라고요. 한 번만 해 주면 그다음부터는 직접 붙입니다.

거울을 옆에 두면 놀이가 달라져요. 만들다 말고 거울 앞에 다녀오더니 “내 얼굴이랑 똑같아요!”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눈동자 위치를 옮기고, 검은 점토를 가늘게 밀어 “이건 내 눈썹이야” 하며 붙여요. 거울 하나 놓았을 뿐인데 자기를 들여다보고 옵니다.

머리카락에서 아이마다 갈립니다. 만든 걸 옆 사람 것과 나란히 놓고 보던 아이가 “얘는 머리카락이 짧고 나는 길어” 하더라고요. 붙이는 것도 저마다예요. 점토를 가늘게 밀던 아이가 “나는 빨대로 할 거야” 하고 빨대를 가져오기도 하고, 털실을 찾아오기도 합니다.

가족 얼굴로 넘어가는 게 그다음이에요. “아빠랑 엄마 얼굴은 살구색으로 해야지” 하며 필요한 색만 골라 꺼냅니다. 종이접시 위에 붙이게 하세요. 덩어리째 빚으면 눈코입이 자꾸 굴러떨어집니다.

  • 3~5세
  • 만들기

액자 꾸며 굳히기

액자 틀에 점토를 얇게 펴 붙이고 그 위에 작은 것들을 눌러 붙이면 됩니다. 산책에서 주워 온 나뭇조각이나 조개껍데기, 단추도 돼요. 손끝으로 하나씩 밀어 넣는 동안 오래 앉아 있습니다.

붙이기 전에 주워 온 것부터 하나씩 들어 봐요. “이건 물고기 같아”, “이건 다리처럼 생겼어요” 하면서 자리를 정합니다. 크기와 결이 다른 걸 섞어 놓아 주면 고르는 데만 한참 걸려요.

색칠은 완전히 굳은 다음입니다. 덜 굳었을 때 칠하면 물감이 번져요. 지점토는 두께에 따라 며칠씩 가기도 하니 마르는 자리를 아예 따로 잡아 두세요. 오늘은 못 칠한다고 알려 줬더니 “그럼 내일 꼭 해야겠다” 하고 기다리더라고요. 하루를 기다리게 하는 놀이가 흔치 않습니다.

  • 3~5세
  • 만들기
  • 미술

반지 만들어 선물하기

가늘게 민 점토를 손가락에 둥글게 감으면 반지가 됩니다. 자기 손가락에 대 보며 길이를 맞춰요. 다 되면 손을 내밀어 보여 줍니다. “이거 반지.” 손가락이 진짜로 쏙 들어가는 게 이 놀이의 전부예요.

모양을 정하기 시작하면 오래 갑니다. “하트 반지를 만들었어요” 하고는 “보석을 붙일 거예요” 하며 비즈나 반짝이 스티커를 하나씩 얹어요.

하나를 끼고 나면 목걸이나 팔찌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더 길게 밀기만 하면 되니까 아이가 알아서 해요.

어린아이는 손가락에 감기가 어려우니 만들어 끼워 주면 됩니다. 길게 늘인 걸 둥글게 이어 손가락에 걸어 보는 것만으로도 손을 펴 들고 한참 들여다봐요.

굳으면 그대로 남아서, 아빠가 퇴근하면 그때 줍니다. 그날은 손 씻을 때도 반지를 안 빼려고 해요.

  • 3~5세
  • 만들기
  • 역할놀이

언제 하면 좋을까요

아이가 자꾸 뭘 주무르고 뜯을 때가 그날입니다. 휴지를 찢거나 밥을 손으로 뭉개고 있으면 점토를 꺼내 주세요. 같은 손놀림인데 마음껏 해도 되니까 한참 앉아 있습니다.

명절 앞뒤로는 저절로 됩니다. 추석에는 송편, 설에는 떡국 떡이에요. 동그랗게 빚어 반 접으면 송편이고, 길게 밀어 어슷하게 자르면 떡입니다.

겨울에는 붕어빵입니다. 벽에 붙여 둔 간식 사진을 보던 아이가 “이거 붕어빵이다!” 하더니 점토를 꺼내 만들기 시작했어요. 붕어빵 틀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열면 무늬가 그대로 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몇 개고 만듭니다.

하루를 걸쳐 끊어 갈 수 있습니다. 오늘 만들고, 밤새 굳히고, 내일 색칠하는 식으로요. 놀이가 하루 안에 끝나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가 여기서 배웁니다.

점토는 어떻게 준비할까요

  • 종류마다 손맛이 다릅니다 — 아이클레이는 가볍고 잘 잘려서 어린아이한테 맞아요. 지점토는 반죽할 때 뻑뻑해서 어른 손이 한 번씩 필요한데, 대신 굳으면 단단히 남아 색칠까지 갑니다
  • 놀이판을 먼저 깔아 주세요 — 책상에 눌어붙으면 떼는 데 한참 걸립니다. 쟁반이나 매트 한 장이면 돼요. 한 번 겪어 본 아이는 먼저 챙깁니다. 친구한테 “클레이 판 깔고 해야지” 하더라고요
  • 뚜껑은 그때그때 닫습니다 — 열어 두면 굳어서 다음에 못 써요
  • 도구는 집에 있는 것으로 — 빨대, 종이컵, 날 없는 안전가위, 밀대. 모양 틀은 쿠키 틀이나 병뚜껑도 됩니다
  • 만지기 싫어하는 아이한테는 도구를 먼저 — 점토가 손에 달라붙는 느낌을 싫어해서 아예 안 만지는 아이가 있어요. 억지로 쥐여 주면 그날로 멀어집니다. 빨대나 컵을 같이 놓아 주면 손에 닿는 면적이 줄어서 도구로 찌르고 담는 것부터 시작해요
  • 흰 것을 한 통 따로 — 사인펜으로 색을 들이려면 흰 점토라야 합니다
  • 어린아이는 곁에서 — 말랑하고 색이 고와서 입으로 가져가려는 아이가 있으니 살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