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으로
할 수 있는 놀이
인형에는 얼굴이 있고 자동차에는 바퀴가 있는데, 블록은 통을 쏟아 놓아도 아직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이가 그걸 뭐라고 부르는 순간에 놀이가 시작돼요. 그전까지는 그냥 나무 조각이고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블록은 아이 혼자 노는 물건처럼 보입니다. 쏟아 주고 어른은 빠져 주면 될 것 같은데, 정작 제가 제일 자주 불려 가는 놀이가 이겁니다. 지어 놓은 것이 무엇이 됐는지는 아이만 알고 있거든요. 옆에서 보면 그냥 쌓인 블록이라, 아이가 말을 해 줘야 압니다.
가 보면 시키는 게 매번 다릅니다. 대단한 걸 시키는 것도 아니에요. 정하는 건 아이인데, 정하고 나면 그 안에 제 몫이 하나 생기더라고요.
쌓았다 무너뜨리기
저는 한동안 공들여 쌓아 줬어요. 색과 모양을 맞춰 가며 높이 올려 놓고 짠 하고 보여 주면,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한 번 쓸어 버립니다. 그러고는 깔깔 웃고 “다시 다시” 해요. 그다음부터는 빨리빨리 쌓아 줍니다. 잘 지어 주는 것보다 여러 번 지어 주는 게 낫습니다.
곧 자기가 쌓기 시작합니다. 까치발까지 들고 자기 키보다 높이 올리려다 흔들리면 저를 불러요. 그때 저는 아래만 잡아 줍니다. 위까지 제가 올려 주면 자기가 지은 게 아니게 되는지, 아이가 손을 놓고 다른 데로 가더라고요. 아래를 받쳐 줬더니 하나를 다 세우고는 그 옆에 또 짓기 시작했어요. “집 두개 만들래요.” 제가 한 일은 맨 아래 두어 칸을 손으로 눌러 준 게 다인데, 그 손이 없으면 자기 키만큼은 잘 안 섭니다.
무너뜨리지 않고 넘어가는 길도 하나 있어요. 쌓아 놓은 것에 쟁반을 비스듬히 걸치면 미끄럼틀이 됩니다. 공을 하나 굴려 주니 “빨라.” 하고 놀라더니, 그때부터는 걸친 자리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하며 몇 번이고 굴려요. 굴러간 공을 주워 오는 것까지가 놀이라 저는 앉아만 있으면 됩니다.
집 짓고 늑대 막기
큰 블록을 둥그렇게 둘러 놓기만 하면 집이 됩니다. 지붕은 없어도 돼요. 트인 채로 들락거리는 것만으로 한참 놉니다.
둘러 놓고 나면 문부터 챙깁니다. 블록 하나를 옆으로 치우면 그 자리가 문이에요. 그런데 문이 났다고 아무나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저더러 들어오라길래 어디로 들어가느냐고 물었더니 블록 하나를 기울여 열어 주더라고요. 어떤 날은 아예 “여기는 문이 없어서 못 들어와요” 하고 저를 밖에 세워 뒀습니다. 벽을 세우는 것보다 누굴 들일지 정하는 데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진짜로 들어가 앉으면 대개 거기서 한 번 무너집니다. 한 사람이 들어가면 나머지가 다 따라오거든요. 안이 가득 차서 벽이 밀려 나갔는데, 정작 아이들은 “괜찮아 다시 쌓으면 되니까” 하고 도로 짓기 시작했어요. 아까워한 건 저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른 자리는 안이 아니라 문 밖이라는 건 그날 알았습니다.
문 밖에 앉으면 할 일이 하나 생깁니다. 늑대예요. 벽돌 블록으로 집을 지어 놓으면 아기돼지 삼형제가 저절로 따라옵니다. 쌓다 무너진 걸 보고 먼저 “늑대가 나타났나 봐” 하는 아이도 있어요. 제가 밖에서 손을 흔들며 후 불어 주면 안에서 벌벌 떠는 시늉을 하다가 “들어 올 수 없어” 하고 마주 손을 흔듭니다. 무릎까지 오던 벽이 그때부터 진짜 벽이 돼요.
막을 방법은 아이가 찾아냅니다. 제가 문으로 들어가려는 시늉을 했더니 아이들이 냄비를 꺼내 와 물을 끓이기 시작했어요. 뭐 하냐고 물으니 “물 끓여. 늑대가 들어오면 물에 들어가” 합니다. 동화 끝에 나오는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저는 밖에서 손만 흔들었는데 결말은 아이가 가져왔습니다.
늑대는 못 들어가면 딴 사람이 됩니다. 늑대를 하던 아이가 “난 집 속에 안 들어갈 거야” 하더니 바구니를 들고 와 문 앞에 내려놓았어요.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 “늑대가 택배를 배달했어” 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밖에서 뭘 놓고 가는 놀이가 됐습니다.
징검다리 건너기
블록을 죽 이어 붙여 두면 아이가 그 위에 올라섰다가 금방 내려옵니다. 한 개씩 떼어 놓아야 건너는 놀이가 돼요. 붙여 놓은 것은 그냥 낮은 길이라 발밑을 안 보고 지나가는데, 사이가 벌어져 있으면 다음 발을 어디 디딜지 보고 가야 합니다. 팔을 벌려 균형을 잡느라 걸음이 느려져요.
다 건너고 나면 끝에 한 개를 더 놓아 주세요. 다 온 줄 알았던 길이 다시 늘어나니까 되돌아와서 또 건넙니다. 몇 번 그러고 나면 통으로 가서 자기가 가져다 잇기 시작해요. 그때부터 길이는 아이가 정합니다.
바닥이 위험해지면 그때부터 진짜로 놉니다. 한 아이가 “여기 밖에는 바다야, 빠지면 안 돼” 하니까 옆에 있던 아이가 블록을 더 가져와 “그럼 빠지지 않게 이렇게 하자” 하며 길을 이어 붙였어요. 문제를 낸 아이와 푼 아이가 따로였습니다.
길이 곧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달팽이처럼 안으로 감아 놓아 본 적이 있는데, 가운데에 닿을 때까지 한참 걸립니다.
징검다리를 진짜로 건너 본 아이는 그 얘기를 합니다. 길을 놓아 줬더니 “돌이야, 돌” 하길래 어디서 봤냐고 물으니 “엄마랑 갔어” 하더라고요. 놀이가 그날 다녀온 데를 데려옵니다.
밟고 올라서는 놀이라 한 층으로만 놓으세요. 쌓아 올린 것 위로 건너 보겠다는 아이가 있는데, 한 층이면 발을 헛디뎌도 그냥 내려섭니다. 쌓기는 단단한 바닥이라야 하지만 이 놀이는 반대예요. 카펫이나 매트 위라야 밟아도 안 밀립니다.
기차 만들어 떠나기
길게 한 줄로 이어 붙이면 기차가 됩니다. 저는 이걸 만들어 주는 것까지가 제 몫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 이어 주고 앉혀 놓으면 몇 번 앉았다 일어나고 맙니다. 안 굴러가서 시들해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갈 데가 나와야 그 줄이 기차가 됩니다. 맨 앞에 앉은 아이가 “나 여행 갈 거야!” 하더라고요. 그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바닥에 놓인 블록이고, 나오고 나면 안 움직여도 기차예요. 아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어디 가는 길이냐고 한 번 물어보세요. 저는 놀이터냐고 물었는데 “할머니 집이요!” 하고 자기가 다시 정하더라고요.
정해지고 나면 짐이 필요해집니다. 가방을 하나 찾아다 줬더니 온 방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인형을 넣으며 “필요해요”, 인형 옷을 넣으며 “입어요”, 빈 컵을 하나 넣고는 “물이에요” 합니다. 인형 다음에 인형 옷이 나오는 게 저는 좀 놀라웠어요. 아침마다 자기가 겪는 순서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
기차는 그대로 서 있는데 아이는 방을 몇 바퀴 돕니다. 칸을 더 이어 주고 싶어지는 자리인데, 가방만 벌려 놓고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아이가 일어나 짐을 나르기 시작했으면 놀이는 거기서 커지는 중이에요. 떠나는 준비가 떠나는 것보다 긴 건 어른도 겪는 일이잖아요.
가방은 지퍼나 단추가 달린 걸로 주세요. 이 나이에는 여닫는 것 자체가 놀이라, 다 싸 놓고 잠그는 데서 한 번 더 놉니다.
자석블록 돌려 붙이기
자석블록은 붙였다 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톡 하고 붙는 소리 때문에 몇 번이고 뗐다 다시 붙이고, 귀에 가져다 대 보는 아이도 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오래 못 갑니다. 아이가 오래 붙드는 건 붙는 쪽이 아니라 안 붙는 쪽이에요.
잘 붙던 것이 어느 순간 스르륵 밀려납니다. 손에 닿기도 전에 미는 힘이 느껴져요. 블록 통에 든 것 중에 이러는 물건은 이것뿐입니다. 처음에는 못 쓰는 조각인 줄 알아요. 밀리는 블록을 저한테 들고 와 “아냐~ 아냐~” 하고 내민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블록을 돌려서 다시 대 줬어요. 착 붙었습니다. 보여 준 건 그 한 번인데 그다음부터는 저를 안 부릅니다. 밀리면 돌리고 또 밀리면 뒤집어 가며 붙는 자리를 자기가 찾아요. 제가 대신 붙여 줬으면 그걸로 끝이었을 텐데, 돌리는 것만 보여 주니 나머지는 아이 몫이 됐습니다.
같은 블록인데 대는 쪽에 따라 붙기도 하고 밀기도 합니다. 자석은 한쪽 끝과 반대쪽 끝의 성질이 달라서, 서로 다른 끝이 만나면 당겨 붙고 같은 끝끼리 만나면 밀어내요. 돌리면 만나는 끝이 바뀌니까 그때 붙습니다. 이 나이에는 말로 해 봐야 안 들어오니 저는 설명하지 않고 붙는 자리와 미는 자리를 번갈아 대 보여 줍니다.
미는 블록이 아예 없는 집도 있어요. 요즘 나오는 자석 타일은 안에 든 자석이 저 혼자 돌아가게 되어 있어서 어느 쪽으로 대도 붙습니다. 그런 것만 있으면 이 놀이는 안 나와요. 미는 쪽은 자석이 고정되어 있는 것에서 나옵니다. 나무로 된 자석블록이 그래요.
금이 갔거나 벌어진 블록은 그날로 골라내세요. 안에 든 자석알이 빠져나오는데, 어린아이가 자석알을 두 개 삼키면 뱃속에서 서로 붙어 크게 다칩니다. 통에 부어 줄 때 한 번 훑어보면 됩니다.
어른 눕히고 침대 짓기
넓적하게 이어 붙여 놓으면 침대가 됩니다. 자석블록처럼 납작한 것이면 몇 개만 붙여도 돼요.
저는 침대를 먼저 지어 놓고 아이를 부르곤 했습니다. 그러면 와서 잠깐 눕고는 금방 일어나 버려요. 순서가 거꾸로였습니다. 어른이 지어 주는 게 아니라 어른이 누워 주는 겁니다. 그냥 바닥에 누웠더니 아이가 그때부터 바빠졌어요. 발이 삐져나온 걸 보고는 한쪽을 길게 이어 붙이면서 “선생님은 크니까 큰 집을 만들어줄게요” 하더라고요.
누운 사람 크기에 맞춰 짓는다는 게 이 놀이의 재미입니다. 이불은 가져다 덮으면 그만인데, 블록은 모자란 데를 그 자리에서 늘려요. 어깨가 나오면 옆으로 한 줄을 대고, 머리맡에는 몇 개를 모아 베개를 놓습니다.
그런데 자는 척하고 가만히 있으면 오래 못 갑니다. 눈 감고 누워만 있으면 아이도 할 일이 없어져요. 한 번씩 뒤척이면 몸 밑에서 블록이 밀려 어긋납니다. 그러면 아이가 와서 도로 맞춰 놓고, 맞춰 놓은 김에 토닥이고, 또 밀리면 또 옵니다. 잘 자 주는 것보다 자꾸 어긋나 주는 쪽이 낫습니다.
벽돌블록으로 만들어 준 베개는 어른 머리에 배깁니다. 팔을 하나 괴고 그 위에 머리를 얹으면, 아이가 놓아 준 베개를 치우지 않고도 한참 누워 있을 수 있어요.
동물 태워 주기
긴 블록 몇 개를 바닥에 이어 놓으면 그 위가 자리가 됩니다. 아이가 동물을 하나씩 올리는데 태우는 데는 금방이에요. 그러고는 저한테 와서 알려 줍니다. “이것봐, 내가 태워줬어.” 태우는 것보다 태워 준 사람이 되는 쪽에 마음이 있습니다. 늘 누가 태워 주기만 하는 나이인데 여기서는 자기가 태워 주는 쪽이거든요.
태울 자리가 꼭 블록은 아닙니다. 동물을 죽 세워 놓던 아이가 큰 것 하나를 골라 그 등에 작은 것을 얹더니 “여기 엄마랑 아기 같이 있어” 하더라고요. 큰 동물이 태워 주는 쪽이 된다는 데는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바닥에서 잘 서 있던 동물이 블록 위에서는 자꾸 눕습니다. 블록이 좁아서 그래요. 동물 모형은 발이 앞뒤로도 옆으로도 벌어져 있는데 긴 블록 한 줄은 그만한 폭이 안 나옵니다. 발 두엇이 허공에 뜬 채로 얹혀 있으니 조금만 건드려도 옆으로 넘어가요.
그런데 누운 동물을 아이는 다르게 읽습니다. 말 하나가 넘어졌는데 한참 들여다보던 아이가 “아픈가봐, 누워서 자고 있네”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옆 아이가 우유병과 숟가락을 가져와 약을 먹였어요. 다 먹이더니 “이제 우리 강아지도 약 먹어야지” 하면서 태워 놓은 것들을 하나씩 내려 약을 먹였습니다. 집에 아이가 혼자면 약은 어른이 들고 가면 됩니다.
끼워서 이은 블록이면 끌고 다닐 수 있어요. 끌면 흔들려서 한 바퀴 돌고 올 때마다 한둘이 떨어져 있습니다. 긴 것을 나란히 두 개 붙여 놓으면 폭이 넓어져 덜 떨어지는데, 그래도 몇은 떨어져요. 그러면 아이가 가던 것을 멈추고 되돌아가서 도로 태웁니다. 어디까지 가는 놀이가 아니라 떨어진 것을 다시 태우는 놀이라 한참 갑니다.
볼링장 만들어 굴리기
블록을 몇 개 세워 놓고 조금 떨어져 앉아 공을 굴리면 됩니다. 공은 집에 굴러다니는 것으로 하면 돼요.
그런데 공이 세워 둔 데까지 안 갑니다. 손을 떠나자마자 옆으로 새서 엉뚱한 데로 굴러가요. 두어 번 그러고 나면 아이는 굴리기를 그만두고 걸어가서 바로 위에다 공을 떨어뜨립니다. 굴려 보라고 하면 그때만 굴리고 도로 걸어가요. 저는 아이가 아직 굴릴 줄을 몰라서 그러는가 보다 했는데, 굴려서는 안 맞으니까 그랬던 겁니다.
핀보다 벽을 먼저 세워 주세요. 굴리는 자리에서 세워 둔 데까지 양옆에 블록을 한 줄씩 이어 놓으면 빗나간 공이 벽에 맞고 안쪽으로 되굴러 갑니다. 하나라도 넘어가고 나면 그때부터 앉아서 굴려요. 한 아이는 공이 자꾸 밖으로 나가니까 큰 블록을 가져와 옆을 막더라고요. 이 놀이에서 블록이 제일 크게 하는 일은 핀이 아니라 벽입니다.
그래도 안 넘어가면 공 말고 핀을 바꾸세요. 더 무거운 공을 찾는 것보다 그쪽이 빠릅니다. 벽돌블록처럼 크고 아래가 넓은 것은 웬만한 공으로는 꿈쩍도 안 하는데, 길쭉한 것을 세로로 세워 두면 스치기만 해도 넘어가요. 입에 들어갈 만큼 작은 것만 빼면 됩니다.
세워 놓은 것에 얼굴이나 그림을 하나씩 붙여 주면 아이가 하는 말이 달라집니다. 그냥 블록일 때는 “넘어졌다” 로 끝나는데, 그림이 붙으면 무엇을 맞혔는지를 말해요.
넘어뜨리는 것보다 세우는 쪽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제가 굴려서 다 쓰러뜨려도 아쉬워하는 기색 없이 하나씩 도로 세워 놓아요. 잘 안 서면 넓적한 블록을 하나 깔고 그 위에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굴리는 쪽을 제가 맡습니다.
뚝딱뚝딱 고치기
무너진 자리를 바로 치우지 마세요. 저도 손이 먼저 나가는데, 한 번 참고 두면 거기서 놀이가 다시 시작됩니다. 아이가 기다란 블록을 하나 집어 드는 순간 그게 연장이 돼요. 무너진 데를 두드리며 “뚝딱뚝딱 공사해요.” 합니다. 망치가 없어도 됩니다. 손에 잡히는 게 다 연장이에요.
한 번 고치기 시작하면 고칠 것이 자꾸 늘어납니다. 옆에 있던 아이가 멀쩡한 걸 들고 와서 “나도 망가졌어.” 하고 내밀어요. 그러면 고치던 아이가 몇 번 두드려 주고 “고쳤어.” 합니다. 받아 간 아이는 놀다가 또 하나를 들고 와요. 그러다 “여기도 고장 났어.”, “여기도 고쳐야 해.” 하면서 방을 한 바퀴 돕니다. 집에서는 어른이 고장 난 걸 하나 들고 가면 됩니다. 그때부터는 아이가 일해요.
다 고쳤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써 보게 해 주세요. 고쳐 놓고 그냥 두면 거기서 끝납니다. 진짜 되는지 한 번 해 봐야 그때부터 다시 놀아요. 무너졌던 데를 도로 쌓아 놓고 “이제 다시 놀 수 있어요.” 하더니 하던 놀이를 그대로 이어 가더라고요.
고쳐 놓은 것은 꼭 봐 달라고 합니다. 그때 “튼튼하게 만들어야 해!” 하는 말이 나와요. 저는 알려 준 적이 없는데, 무너진 걸 다시 지은 날에 그 말이 나오더라고요.
키만큼 쌓아 세기
한 사람이 벽에 등을 대고 서면 옆에서 바닥부터 블록을 올립니다. 아이가 하나뿐이면 아이가 서고 어른이 쌓으면 돼요. 올리는 쪽은 블록과 서 있는 사람을 번갈아 봅니다. “아직 머리보다 아래야” 하고는 손이 느려져요. 어깨 높이에 오면 “이제 거의 비슷해” 하다가, 마지막 하나를 얹고는 “와, 진짜 똑같아” 합니다.
벽에 바짝 붙여 쌓으세요. 한 줄로 세운 것은 위로 갈수록 흔들리는데 벽이 한쪽을 받쳐 줍니다. 다만 서 있는 사람 옆으로 한 뼘은 떼어 놓으세요. 몸에 딱 붙여 쌓으면 무너질 때 그대로 아이 쪽으로 쏟아집니다.
다 쌓고 나면 몇 개인지 세어 보게 하세요. 저는 문틀에 금을 긋고 날짜를 적어 뒀는데 아이가 그걸 한 번도 안 쳐다보더라고요. 적어 놓은 숫자는 아이한테 아무 말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열두 개는 자기가 손가락으로 짚어 가며 센 숫자라 다릅니다.
세고 나면 줄이 섭니다. “나도 나는 몇이야?” 하고 다음 아이가 등을 대요. 재던 아이가 “이거 하나 빼” 하면서 위에 얹힌 것을 덜어 키를 맞춰 줍니다. 다 재고 나면 안 놀고 있던 아이까지 데려와요. 책 보던 형 손을 잡아끌고 와 벽 앞에 세우더라고요.
숫자가 나오면 아이가 그걸 딴 데로 가져갑니다. 열다섯 개가 나온 아이가 “나는 15층인데 우리집은 15층이에요” 하더라고요. 옆에 있던 아이는 “우리 집은 4층이야” 했습니다. 키를 재던 놀이가 거기서부터 사는 집 이야기가 됐어요.
잴 때마다 같은 블록으로 하세요. 블록이 크면 여덟 개쯤에서 끝나고 작으면 스무 개가 넘어서, 바꿔 버리면 지난번 숫자와 견줄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 다니는 길
바닥에 두 줄로 길게 놓으면 그 사이가 도로가 됩니다. 벌려 놓는 폭에서 이 놀이가 갈립니다. 넉넉하게 놓으면 차가 그냥 스쳐 지나가고 마는데, 작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날 만큼만 벌려 놓으면 그 안에서 일이 생깁니다.
저는 처음에 길만 놔 주고 물러나 앉아 있었어요. 아이가 몇 번 밀다 말더라고요. 차를 한 대 들고 반대쪽 끝에서 들어가 보고 나서 알았습니다. 마주 오는 차가 한 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그렇게 다릅니다. 좁은 길이라 둘 중 하나는 서야 하거든요.
막고 선 차를 비키게 하는 수를 아이가 냅니다. 제 차가 앞을 막고 있으니까 한 아이가 “저는 119차 입니다. 불이 났어요” 하더라고요. 그러면 비켜 줄 수밖에 없죠. 그날부터 급한 차가 자꾸 나옵니다.
아이가 차를 밀고 다니다 보면 손등이 스쳐서 블록이 조금씩 밀려나고, 어느 순간 길이 끊깁니다. 끊긴 자리가 이 놀이에서 제일 좋은 자리예요. 한 아이는 “여기 막혔어요. 우회도로 만들어야 돼요” 하더니 옆으로 새 길을 놓았습니다. 우회도로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길을 놓을 때 블록을 다 쓰지 말고 한 줌은 옆에 남겨 두세요. 통을 비워 버리면 막혔을 때 돌아갈 길을 못 냅니다.
울타리 쳐서 동물 넣기
작은 블록을 네모로 둘러 놓으면 그 안이 동물원이 됩니다. 레고처럼 작은 것이 잘 맞아요.
울타리를 쳐 주고 동물까지 넣어 주면 아이가 잠깐 들여다보다 일어납니다. 다 지어 놓은 다음에 할 일이 없어서 그래요.
울타리 말고 안에 사는 쪽을 물어보면 그때부터 달라집니다. 여기 사는 동물은 지금 뭐가 불편할까, 하고요. 한 아이가 “동물들이 좁으면 답답해요” 하니까 옆에서 듣던 아이가 “그럼 크게 만들어야 해요” 하고 벽을 밀어 넓혔어요. 다른 아이는 “동물도 물 마셔야 해요” 하더니 파란 블록을 하나 가져다 안에 놓았습니다. 그게 물통이에요. 울타리는 다 지으면 끝나는데, 안에 사는 것이 생기면 계속 고쳐집니다.
사는 데가 다르다는 걸 알면 울타리가 하나로는 안 됩니다. “펭귄은 추운 곳에 있어야 해요”, “기린은 사막이 아니라 초원에 있어요” 하면서 자리를 가릅니다. 그러면 바닥에만 짓지 않게 돼요. 다람쥐 집은 나무 속이라며 블록 사이에 모형을 밀어 넣고, 새 집은 나뭇가지 위라며 높은 데 얹어요. 곰 굴을 만들던 아이는 회색 블록을 둥글게 이어 놓고는 “곰은 겨울잠 자니까 문 닫아야 해” 하며 입구를 덮어 버렸습니다. 다 짓고 나서는 집들을 서로 이어 놓고 “다람쥐 집 옆에 곰 집 있어”, “새는 위에서 지켜봐” 해요.
다 지은 것을 들어 옮길 수는 없습니다. 끼우지 않고 세워만 놓은 벽은 붙어 있는 데가 없어서 밀면 그대로 흩어져요. 옮길 데를 먼저 정하고 짓는 아이는 아직 못 봤습니다.
도미노처럼 세우기
쌓지 않고 한 줄로 세워 놓는 겁니다. 혼자 서기만 하면 어느 블록으로도 되는데, 정작 막히는 건 세우는 데가 아니라 넘기는 데예요.
힘을 줄수록 덜 갑니다. 다 세워 놓고 나면 아이가 팔을 크게 휘둘러 맨 앞을 칩니다. 크게 넘어뜨리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세게 맞은 블록은 옆으로 튕겨 나가 버리고, 바로 뒤에 선 것은 그대로 서 있어요. 미는 힘이 닿는 건 맨 앞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앞엣것이 쓰러지면서 밀어 주는 거라, 손끝으로 톡 건드린 쪽이 오히려 끝까지 갑니다.
중간에 서면 그 자리를 치면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게 아니에요. 아직 서 있는 것 중에 맨 앞을 손가락으로 툭 치면 거기서부터 다시 넘어갑니다. 제가 손을 대기 전에 아이가 먼저 해요. 멈춘 데로 손을 뻗어 툭 치고, 또 서면 또 치면서 마지막 하나까지 넘깁니다.
간격은 두 번 틀립니다. 처음에는 바짝 붙여 세워요. 붙여 놓으면 앞엣것이 넘어질 자리가 없어서 기댄 채로 멎습니다. 한 아이가 “너무 붙이면 안 돼” 하더니 사이를 띄우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벌어져서 자꾸 중간에 섭니다. 넘어진 블록이 다음 것에 닿을 만큼, 그러니까 세워 놓은 높이보다 좁게 두면 끝까지 가요.
세우다 자꾸 쓰러뜨리면 큰 것으로 바꿔 주세요. 작은 블록은 옆에 하나를 놓다가 손등만 스쳐도 눕습니다. 다 세우기도 전에 몇 번 그러면 아이가 그만둬요. 큰 블록은 세우는 동안 버텨 줘서 줄이 훨씬 길어집니다. 커진 만큼 사이도 벌려 놓으면 되고요. 통을 다 비우고도 길을 더 내고 싶어지면 아이가 다음 것을 찾아옵니다. 한 아이는 “책으로도 하고 싶어요” 하더니 책꽂이에서 한 권씩 꺼내 세웠어요.
줄이 길어지면 자리부터 내주세요. 방을 가로지르기 시작하면 지나다니는 발에 걸립니다. 저는 상을 접고 의자를 문 밖으로 내놓았어요. 바닥이 트이자 곧던 줄이 굽은 길이 되고 갈림길까지 났습니다. 다 세우고 나면 누가 미느냐가 남는데, 손가락을 나란히 대고 셋을 세게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그걸 자기들끼리 해요.
가게 차려 팔기
소꿉 그릇을 아무리 꺼내 줘도 가게 놀이가 금방 끝나는 건, 팔 물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늘어놓을 데가 없어서입니다. 저는 그걸 모르고 파는 것만 더 꺼내 줬어요. 블록을 길게 한 줄 놓아 준 날에야 가게가 섰습니다. 그 위에 올라간 것들은 아까 바닥에 굴러다니던 그대로인데, 자리를 얻으니 파는 물건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파는 것보다 자리 만드는 데서 더 오래 놉니다. “여기는 계산하는 데야”, “여기는 물건 놓는 데야” 하면서 블록으로 칸을 나눠요. 한쪽은 길게 눕혀 놓고 한쪽은 쌓아 올리는데, 높이가 다르면 다른 자리가 된다는 걸 아는 것 같습니다. 가게가 다 서기 전에는 사러 가도 잘 안 팝니다. 다 될 때까지 기다렸다 가는 편이 나아요.
파는 것도 블록입니다. 투명한 컵에 작은 블록을 담으면 그게 주스예요. 색이 그대로 맛이 됩니다. 빨간 것을 담고 “수박 주스예요” 하다가 다른 색이 섞이면 “포도주스 됐어” 하고, 더 섞이면 “이건 이상한 맛 주스야” 하고 웃어요. “나는 많이 넣을래” 하고 붓다가 “이거 넘치겠다” 하며 자기가 멈춥니다. 빨대를 하나 꽂아 주면 들고 다니며 마시는 시늉을 해요.
계산하는 자리도 꼭 생깁니다. 블록 몇 개를 쌓아 놓고 “띠릭! 천원입니다” 합니다. 파는 말보다 계산하는 소리를 먼저 배워 와요. 값은 물어볼 때마다 달라지는데 서로 따지지 않습니다.
가게 놀이는 파는 아이보다 사는 어른이 일이 많습니다. 고르고, 값을 묻고, 돈을 내고, 받아서 먹는 시늉까지 해 줘야 다음 것이 나와요. 한 바퀴 돌고 지치면 저는 파는 쪽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가 바구니를 들고 손님이 되는데, 값을 묻고 돈을 내는 일이 그때부터 아이 몫이 돼요. 안 바꿔 주면 그냥 계속 사면 됩니다.
화로 짓고 불 피우기
캠핑 놀이는 대개 고기 굽는 데서 시작해서 거기서 끝납니다. 접시 하나 내주면 바닥에 그대로 놓고 뒤집는 시늉을 몇 번 하다 일어나요. 먹을 것을 더 꺼내 줘도 길어지지는 않습니다.
불판 밑에 뭐가 있어야 하냐고 한번 물어보세요. 그 한마디에 아이들이 캠핑장에서 본 것을 꺼내 놓습니다. “숯이 있어야 해요”, “불이 있어야 고기를 구워요” 하더니 한 아이는 “돌로 만든 화로도 봤어요” 했어요. 그러고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블록 통으로 갑니다. 그때부터는 굽는 놀이가 아니라 짓는 놀이예요.
화로는 속을 비우고 짓습니다. 네모로 테두리만 두르고 가운데는 비워 두는 거예요. 위에 얹을 것은 넓을수록 낫습니다. 테두리 양쪽에 걸쳐야 하는데 작은 접시는 안으로 빠져요. 쟁반이 있으면 그게 제일 잘 맞습니다.
가운데를 비워 두는 건 거기에 불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불은 색으로 만들어요. 검은 것을 골라 밑에 깔고 숯이라고 하고, 빨간 것과 주황 것을 그 위에 세워 불꽃이라고 합니다. 통을 뒤져 색을 골라내느라 한참 걸리는데, 그게 굽는 것보다 오래 가는 날도 있어요. 다 세우고 나서야 집게를 들고 “치익~ 치익~” 소리를 냅니다.
불이 생기고 나면 어른이 할 일은 그 불을 진짜로 대해 주는 것뿐입니다. 한 아이가 긴 블록 끝에 하얀 조각을 꽂아 마시멜로라고 하더니 불 바로 위에 걸쳐 뒀어요. 너무 가까워서 타겠다고 했더니 “그럼 벽돌을 하나 더 넣어야겠다!” 하고 사이에 블록을 하나 더 끼워 마시멜로를 위로 올렸습니다. 제가 한 건 걱정 한마디였는데, 높이는 아이가 재서 고쳤어요.
도감 보고 곤충 만들기
만들 것을 정해 주는 것보다 볼 것을 놓아 주는 편이 낫습니다. 그냥 만들라고 하면 몇 개 끼우다 마는데, 책을 한 권 펴 놓아 주면 앉아 있는 시간이 달라져요. 곤충 도감처럼 그림이 크고 한 마리가 한 쪽을 다 차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벽에 붙여 놓으면 소용이 없어요. 저는 곤충 사진을 벽에 붙여 두고 보라고 했는데, 아이가 만들다 일어나 벽으로 갔다 도로 앉았다 하기를 되풀이하다 그냥 그만두더라고요. 떼어서 책상 위 손 옆에 놓아 줬더니 그때부터 안 일어났습니다. 다리가 몇 개고 어디에 붙었는지는 보면서 만들어야 아는 거지 외워 오지는 못하더라고요.
놓아 주면 세기 시작합니다. 사슴벌레를 만들던 아이가 “사슴벌레는 더듬이가 2개니까, 이렇게 작은 파랑을 여기다 끼우고, 다리는 양쪽에 4개씩 작은 빨강으로 연결해야 겠다” 하고 색까지 갈라 가며 끼웠어요. 더듬이는 맞혔는데 다리에서 어긋났습니다. 그림을 코앞에 놓고 센 건데도 여덟이 나와요. 곤충 다리는 여섯입니다. 저도 그날 찾아보고 알았어요. 여덟은 거미 쪽이고, 거미는 곤충에 안 들어갑니다.
그리고 여섯이 다 가운데에 몰려 있어요. 곤충 몸은 머리·가슴·배로 나뉘는데 다리는 전부 가운데 칸에서 나옵니다. 몸통 옆으로 길게 늘어놓은 것과 가운데로 모아 붙인 것은 다 만들어 놓고 보면 꽤 달라요. 틀렸다고는 안 했습니다. 다시 세어 보자고만 했더니 그림을 짚어 가며 세고는 두 개를 빼더라고요. 안 빼는 아이도 있어요. 자기 사슴벌레는 다리가 여덟이라고 하면 그냥 두면 됩니다.
옆에 있던 아이는 일부러 다르게 만듭니다. “나두 그냥 사슴 벌레 만들래. 나는 조금 더 큰 사슴 벌레 만들어야지” 하고 블록을 두 겹씩 붙여 두께를 늘렸어요. 같은 그림을 펴 놓고 만드는데 같은 것이 나오는 법이 없습니다.
다 만들면 어디에 둘지 물어봐 주세요. 잘 만들었다고만 하면 그대로 통에 들어가기 쉬운데, 어디에 둘 거냐고 물으면 아이가 자리를 고르러 갑니다. 한 아이는 잘 보이는 데 올려놓더니 “이름도 써올게요” 하고는 사인펜과 종이를 가지러 갔어요. 그날 놀이가 만드는 데서 안 끝나고 이름 짓는 데까지 갔습니다.
뒤집어 팽이 돌리기
팽이는 통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로켓을 만들어 온 아이가 저한테 보여 주더니 “이거는 로켓인데 이렇게 거꾸로 하면 팽이가 되요” 하고 그 자리에서 돌렸어요. 뒤집었을 때 바닥에 닿는 데가 좁고 뾰족하면 돕니다. 저는 아이가 뒤집기 전까지 그게 팽이인 줄 몰랐습니다.
만든 것이 없어도 됩니다. 놀이공원을 짓던 아이들이 바닥에 떨어진 블록 하나가 저 혼자 도는 걸 보고는 “이거 진짜 잘 돌아가!” 했어요. 그때부터 짓던 것은 그대로 두고 통을 뒤져 하나씩 세워 봅니다. 다 도는 건 아니라서, 잘 도는 조각을 찾아낸 아이는 그걸 손에 쥐고 다녀요. 친구가 더 좋은 것을 찾으면 서로 바꾸기도 합니다.
곧 좁다는 말이 나옵니다. 책상에서 돌리다 자꾸 떨어지니까 한 아이가 “선생님, 팽이 놀이 하기에는 책상이 너무 좁아요.” 하더라고요. 저는 책상을 옆으로 밀어 바닥을 비워 줬습니다. 자리가 나자 아이 입에서 “팽이경기장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가 먼저 나왔어요.
경기장은 바닥에 그은 선보다 낫습니다. 선은 팽이가 그냥 넘어가는데 블록은 벽이라 부딪히고 안에 남아요. 높이 쌓을 것도 없어서 한 겹만 이어 놓으면 됩니다. 크기는 아이들이 고쳐요. 네 개로 조그맣게 만든 걸 보고 옆에 있던 아이가 “이건 너무 작지 않아?” 하니까 더 가져와 넓혔습니다.
경기장이 서 있으면 팽이가 모입니다. 안 하고 있던 아이들이 와서 들여다보고, 자기 것을 만들어 와서 같이 하자고 해요. 그날 제일 오래 간 놀이가 이거였습니다.
언제 하면 좋을까요
같은 통으로 몇 해를 씁니다. 두 살에 하는 것과 다섯 살에 하는 것이 아주 다른데 통은 그대로예요. 요즘 안 논다 싶어도 물려주거나 버리기 전에 한 계절만 눈에 안 띄는 데 넣어 두었다가 다시 꺼내 보세요. 그새 아이가 자라서 전에 없던 놀이가 나옵니다.
무너지는 소리가 큰 놀잇감입니다. 아래층이 있는 집이면 세우고 무너뜨리는 놀이는 낮에 실컷 하게 두고, 저녁에는 세우지 않고 이어 놓는 쪽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치우기 전에 한 장 찍어 두세요. 블록은 치우는 순간 지은 것이 없어지고 통 안의 조각으로 돌아갑니다. 안 치우겠다고 버티는 게 고집만은 아니에요. 찍은 걸 보여 주고 나면 담는 것까지 같이 하는 날이 많습니다. 며칠 뒤에 그 사진을 다시 보고는 똑같이 지어 보겠다고도 해요.
블록은 어떻게 준비할까요
- 더 사기 전에 우유갑부터 — 큰 블록은 값이 제법 나갑니다. 다 마신 우유갑에 신문지를 꽉 채우고 입구를 접어 테이프로 막으면 벽돌만 한 것이 하나 생겨요. 몇 개 만들어 섞어 두었더니 산 것과 안 가리고 쓰더라고요
- 바닥이 단단해야 섭니다 — 러그나 이불 위에서는 쌓다가 자꾸 넘어져요. 그렇다고 맨바닥이면 무너질 때마다 소리가 요란합니다. 얇은 놀이매트를 한 장 깔거나, 없으면 상을 하나 펴 주세요
- 통은 낮고 넓은 것으로 — 깊은 통에 부어 두면 찾는 조각이 늘 맨 밑에 있어서 결국 통째로 엎습니다. 낮은 상자에 펴 두면 앉은 자리에서 눈으로 고르고 꺼내요
- 종류별로 나누게 하지 마세요 — 색이나 모양대로 담게 하면 정리가 일이 되어서 다음에 꺼내기 싫어집니다. 다 부어 담는 통 하나면 됩니다
- 자리는 어른 다니는 길에서 비켜 — 작은 블록은 밟으면 정말 아픕니다. 어른이 한 번 밟고 나면 그때부터 블록이 잘 안 나와요. 방 한쪽 구석으로 정해 주면 됩니다
- 같이 두면 좋은 것 — 작은 자동차·동물 인형·접시와 컵·쟁반·공 하나. 여기 있는 놀이는 대부분 블록에 딱 하나를 더 얹는 데서 시작합니다
- 동생이 있으면 작은 것은 식탁 위에서 — 끼우는 블록은 삼킬 만한 크기예요. 통을 바닥에 부어 주는 대신 식탁에 펴 주고, 동생한테는 손에 꽉 차는 큰 것을 따로 한 통 주면 둘이 같이 놉니다